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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3.08.02 조회수 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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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9년 11월 3일
사람마다 마음이 머무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분당'이라는 도시가 내겐 그러하다.

내 인생은 무대 뒤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문화 그리고 문화계 인사들과 각별한 인연의 연속이었다. 문화공보부 시절부터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사장을 거치는 동안 많은 문화예술인들을 만났다. 이 모든 만남은 서울에서 이루어졌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과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무대도 서울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서울에서 활동하고 보냈지만 신도시 분당이 개발된 이후, 이곳의 '첫 입주자'로 활동 무대와 거처를 옮겼다. 2004년 성남아트센터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분당은 나에겐 특별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수도권 남부, 과거 변두리 지역이었지만 공기 맑고 자연 경관이 빼어난 이곳은 도시의 세련미와 편리함까지 갖춰 많은 사람들이 '천당'으로 꼽는다. 그래서인지 분당에는 사회 주요 인사들, 지성인의 '은퇴 타운'으로도 유명하다. 작곡가이자 전 서울대 교수인 강석희씨, 주돈식 전 문화체육부장관, 미래학자 최정호 교수, 박수길 전 국립오페라단 단장, 나영수 전 국립합창단 단장,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신봉순 작가 등 많은 문화인들이 이곳에 살고 있다.

그런데 모든 것이 풍족한 것처럼 보이는 분당에 두 가지 부족한 점이 있었다. 성남아트센터가 들어서기 전까지 분당에는 이렇다 할 복합문화공간이 없었다. 문화적 소구력이 높은 사람들이 모여 살지만 공연이나 전시를 보기 위해선 서울까지 가야 했다. 또한 지성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지만 그들이 값지게 살아온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다. 그래서 성남아트센터와 성남문화재단을 운영하는 동안 이 도시에 부족한 것을 채워나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에 대해 고민했다. 그 고민의 해결 방안이 바로 분당에 거주하는 지성인들을 불러 모아 '탄천 문화포럼 100인회'를 조직한 것이었다. '문화'를 공동 관심사로 사람들이 모였고 이 도시의 문화적 발전과 향유층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지난 11월 1일에는 탄천 문화포럼 주최로 CEO 중창단, 분당청소년 오케스트라와 함께 탄천사회봉사위원회 기금 마련을 위한 사랑나눔 콘서트를 열었다. 이 포럼은 새로 태어난 성남아트센터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줌과 동시에 대외적으로 '분당'을 '문화도시'로 각인시키는데 역할을 해오고 있다.

또한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문화활동을 유도하고 지원하는 '사랑방 문화클럽'도 조직되어 운영되고 있다. 문화적 경험이 많은 사람들을 찾아 상대적으로 문화적 경험이 부족한 주변 사람들에게 악기를 가르쳐주고 배우게 하는 등 일종의 문화 품앗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제는 분당을 흐르는 탄천 강변을 거닐면서 자연스럽게 그림과 사진, 조각 전시회를 만날 수 있다. 율동공원과 중앙공원에서 쉽게 마주치는 자전거 동호인들을 보면 삶에 여유를 느끼게 된다. 다소 실력은 부족하지만 음악 동호인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오케스트라 합주를 즐긴다. 이렇듯 주민들 스스로 문화 주체자의 마인드를 갖는 분당은 '문화도시'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작은 도시일지 모르지만 문화적으로 가장 풍성한 도시, 문화의 중심지 분당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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